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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에 갇힌 나 – 사르트르의 ‘타자’ 개념과 현대인의 정체성

by 나다운 나_ 2025. 5. 6.

타인의 시선에 갇힌 나 – 사르트르의 ‘타자’ 개념과 현대인의 정체성
타인의 시선에 갇힌 나 – 사르트르의 ‘타자’ 개념과 현대인의 정체성


🟦 서론: 나는 나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의 눈 속에 갇혀 있는가?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거울을 본다. 그 거울은 때론 실제 유리일 수도 있지만, 더 자주 타인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심리적 거울이다.
SNS에 올린 사진의 반응, 말 한마디에 대한 주변의 평가, 직장 상사의 눈빛, 친구의 미묘한 표정. 이런 요소들이 모여 우리는 '나'를 구성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나'는 진짜 나인가? 아니면 타인이 만들어낸 기대와 기준을 내면화한 그림자일 뿐일까?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통찰을 남겼다.
그는 말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내가 아니라, 타인이 생각하는 나를 의식하는 나이다."

 

이 글에서는 사르트르의 ‘타자의 시선’ 개념을 통해 현대인이 어떻게 타인의 인식에 갇혀 정체성을 잃는지, 그리고 그 틀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지를 탐구해본다.


🟦 1.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핵심: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

🔹 인간은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

사르트르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말을 통해 인간 존재의 유일무이한 특징을 설명했다.

  • 돌이나 식물, 도구 같은 것은 처음부터 정해진 ‘본질’이 있다.
  • 그러나 인간은 먼저 존재한 다음,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그 의미와 본질을 만들어간다.

즉, 인간은 정해진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선택과 행동을 통해 자아를 구성해 나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 2. 타자의 시선이 ‘나’를 만드는 방식

🔹 타자란 누구인가?

사르트르에게 있어 ‘타자(the Other)’란 단순한 제3자가 아니다.
타자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보자:

  • 누군가 내 외모를 평가할 때, 나는 그 시선을 의식한다.
  • 발표 중 누군가 인상을 찌푸릴 때, 나는 말을 바꾸게 된다.
  • 친구들이 칭찬하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싶어진다.

→ 이 순간, 나는 더 이상 순수한 ‘나’로 존재하지 않고,
타인이 상상하는 나를 연기하고 있다.


🔹 "타인은 지옥이다" – 그 의미의 진짜 핵심

사르트르의 유명한 말,

“타인은 지옥이다(L'enfer, c'est les autres)”

 

이 말은 인간관계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그 의미는 이렇다:

  • 타인의 시선은 언제나 내 존재를 객체화한다.
  • 타자의 인식 속에서 나는 ‘주체’가 아니라, 평가되는 대상이 된다.
  • 그래서 나는 타인의 기준에 따라 행동하게 되고, 점차 나를 잃는다.

사르트르는 이 구조를 통해 ‘자유로운 자아’를 억압하는 사회 구조를 비판했다.


🟦 3. 현대 사회와 타자의 시선 – SNS 시대의 새로운 거울

🔹 SNS는 ‘타자의 시선’을 극단적으로 확장시켰다

사르트르가 타자의 시선을 이야기하던 시절에는 주변 사람 몇 명의 인식만으로도 인간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 SNS에는 수백 명, 수천 명의 ‘타자’가 있다.
  • 나를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들의 반응이 내 자존감과 정체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 우리는 자주 묻는다: “이걸 올리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이러한 질문은 이미 타자의 시선에 사로잡혀 있다는 증거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진짜 감정이나 욕구보다, 반응이 더 좋은 모습을 선택하게 된다.


🔹 외모 강박과 '보여지는 존재'

특히 외모 중심의 SNS 문화는 사르트르의 사상을 더 명확하게 드러낸다.

  • 얼굴 필터
  • 바디 프로필
  • 무의식적 미소
  • 인기 있는 말투

이 모든 것은 ‘타자의 이상적 시선’을 예측하여 맞추는 행동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실존하는 인간이 아닌, ‘이미지’로서 존재하려 한다.


🟦 4. 타자의 시선을 넘어서기 위한 철학적 훈련

사르트르는 말한다:

“나는 자유롭기 때문에, 내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고통스럽다.”

 

자유는 두렵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고, 그 책임은 때때로 고독을 요구한다.
그러나 타자의 시선에서 벗어나 실존적 자아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고통을 직시하고, 자유를 감당해야 한다.

다음은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를 바탕으로 타자의 시선을 넘어서기 위한 실제 훈련법이다.


✅ 1. 타인의 시선을 자각하는 연습

  • 일상 속에서 "나는 왜 이렇게 행동하고 있지?"라고 묻자.
  • 혹시 그것이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라면, 잠시 멈추어야 한다.

✅ 2. 무대 밖에서의 나를 인식하기

  • 사르트르는 인간이 무대 위의 연극배우처럼 살아간다고 했다.
  • SNS나 대외적 역할에서 벗어난 순수한 ‘무대 밖의 나’는 어떤 모습인지 자주 생각하자.

✅ 3. 혼자 있는 시간 훈련

  • 타자의 시선이 사라지는 유일한 순간은 ‘혼자 있을 때’이다.
  • 이 시간은 자신을 ‘객체화’ 하지 않고 ‘주체’로 존재하는 연습이다.

✅ 4. ‘좋아요’ 없이 행동하기

    • SNS 게시물, 외모, 말투 등 어떤 행동을 하기 전 이렇게 자문해보자:

“이건 정말 내가 원하는 선택인가, 아니면 반응을 기대한 행동인가?”

  •  

✅ 5. 책임지는 삶을 살기

    • 실존적 자유는 반드시 책임을 수반한다.
    • 누군가가 시키거나 추천해서 한 선택이 아니라,

“내가 선택했고, 그 결과도 감당하겠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 결론: 존재를 회복하는 길은, 타자를 인식하되 그에 휘둘리지 않는 것

사르트르는 우리에게 완전한 해답을 주지 않았다. 그는 대신 질문을 던졌다.

“너는 너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불편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우리는 우리가 만든 ‘타자의 눈’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자아는 그 시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자기 존재를 선택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타인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타자의 존재를 인정하되, 주체는 여전히 ‘나’여야 한다.

현대인의 정체성 위기는 철학을 통해 구체적으로 풀 수 있다.
그 출발점은 언제나 한 가지 질문이다:

“이 선택은 정말 내가 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