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고요 속의 깨달음 – 유대교와 ‘쉐마(Shema)’의 지혜

by 나다운 나_ 2025. 4. 24.

고요 속의 깨달음 – 유대교와 ‘쉐마(Shema)’의 지혜
고요 속의 깨달음 – 유대교와 ‘쉐마(Shema)’의 지혜

쉐마란 단순한 청취를 넘어, 세상의 소음을 멈추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존재와 진심에 응답하는 깊은 깨달음의 실천이다.


1. 우리는 너무 많은 소리 속에 살고 있다

우리는 하루 종일 무언가를 듣습니다.
뉴스 속보, SNS 알림, 유튜브의 끝없는 추천 영상, 주변 사람들의 말들.
그 속에는 필요 없는 정보도 많고, 비교와 불안, 평가와 압박의 소리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음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정작 내 안의 소리, 내 마음의 소리, 나의 중심에서 나오는 진심
들리지 않게 됩니다.

‘나다운 삶’은 내가 어떤 소리를 듣고 살아가는가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 질문 앞에서 유대교의 쉐마(Shema)는 단순하면서도 근원적인 대답을 줍니다.

“쉐마. 들으라. 이스라엘아.”

이 말은 단지 한 민족을 향한 신의 외침이 아니라,
모든 존재에게 주어지는 자각의 요청입니다.
삶의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한 내면의 경청 명령이죠.

쉐마는 특정 종교의 명령이기 이전에
‘듣는 존재’로서 인간이 살아야 할 기본 자세를 알려주는 언어입니다.


2. 쉐마란 무엇인가? – 히브리어 ‘듣다’의 확장된 의미

쉐마(Shema)는 히브리어 שְׁמַע(Sh'ma)에서 유래된 단어입니다.
기초적 의미는 '듣다'이지만, 단순히 들리는 소리를 인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쉐마는 유대교의 핵심 경전인 『신명기』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됩니다:

“쉐마 이스라엘, 아도나이 엘로헤이누, 아도나이 에하드.”
“들으라 이스라엘아, 주 우리의 하나님은 오직 하나이시다.” (신명기 6:4)

이 구절은 유대인들이 매일 아침과 저녁에 외우는 기도이자,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존재 확인의 선언입니다.

쉐마는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고백인 동시에,
그 신 앞에 서 있는 나라는 존재의 태도를 재확인하는 의식이기도 합니다.


3. 쉐마는 무엇을 요구하는가?

3-1. 듣는다는 것은 곧 응답하는 것이다

히브리어로 ‘쉐마’는 ‘듣다’뿐만 아니라
‘이해하다’, ‘순종하다’, ‘삶으로 반응하다’라는 뜻을 함께 갖습니다.
즉, 쉐마적 듣기란 내가 들은 것에 삶으로 반응하는 것을 뜻합니다.

  • 무언가를 듣고만 마는 것이 아니라
  • 그 뜻을 마음에 새기고
  • 그 의미대로 살아가겠다는 다짐까지 포함된 듣기

→ 쉐마는 들음과 삶 사이를 잇는 다리입니다.
→ 진심으로 들은 사람만이, 진심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3-2. 존재를 자각하는 방식으로서의 경청

쉐마는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것은 단지 ‘하나님을 믿느냐’는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 내가 지금 무엇을 듣고 사는가?
  • 나는 어떤 기준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가?
  • 나는 세상의 소음 속에서 내 진심을 듣고 있는가?

를 묻는, 존재적 자각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쉐마는 매일 반복되며 내 안의 ‘자리’를 정돈하고,
내가 정말 살아야 할 방향을 확인시켜줍니다.


4. 왜 우리는 진짜 듣기를 하지 못하는가?

4-1. 반응 중심의 삶

현대인은 소리에 반응하느라 듣지 못합니다.
질문을 들으면 바로 답하고,
누군가 말을 시작하면 곧장 내 이야기를 준비합니다.
그러나 반응은 빠르지만 이해는 얕고, 응답은 없습니다.

쉐마는 반응보다 응답을 요청합니다.
‘경청’이란 말의 뿌리는 ‘마음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마음을 너무 자주 놓칩니다.

들었다는 착각 속에서 진짜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감정은 설명되지 못한 채 놓여지게 됩니다.


4-2. 고요에 대한 공포

‘고요’는 종종 공허함, 외로움, 무의미함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빈 시간과 공간을 회피하고,
소리와 연결로 그것을 덮습니다.

하지만 쉐마는 말합니다:

“고요함 속에 너는 있다.”
“모든 소리를 멈췄을 때 비로소 들리는 것,
그것이 진짜 너의 소리다.”

고요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야 할 장소입니다.


5. 쉐마의 삶, 오늘 내 삶 속에서 실천하는 법

쉐마는 고대의 기도가 아니라,
오늘 내가 살아가는 방식으로 구현되어야 하는 태도입니다.
다음은 쉐마적 삶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 1. 하루 1회 ‘소리 다이어트 명상’

  • 알람, SNS, 음악 OFF
  • 5~10분 동안 소리 없이 침묵하기
  • 아래 질문들을 조용히 마음속에 던져보세요:

“지금 내 안에서 어떤 감정이 떠오르는가?”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는가?”
“그 말을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가?”

→ 이 시간은 자기 회복을 위한 영적 디톡스입니다.


✅ 2. 말보다 듣는 사람이 되기

누군가 말을 시작할 때,
끝까지 듣는 습관을 만들어 보세요.
→ 반응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 고개를 끄덕이며 ‘쉐마적 태도’를 실천하세요.

→ 상대는 말보다 듣는 사람에게 더 깊이 열립니다.
→ 그리고 나 또한, 말을 줄이는 만큼 중심에 가까워집니다.


✅ 3. 내면의 쉐마 선언문 만들기

아래 문장 중 하나를 매일 아침 마음속으로 말해보세요:

“쉐마, 나는 오늘도 나의 진심을 듣는다.”
“쉐마, 나는 오늘 타인의 말이 아니라 내 중심에 귀 기울인다.”
“쉐마, 나는 지금 여기 있는 나의 존재에 응답한다.”

→ 이 한 문장이 외부의 소리에 흔들리는 하루의 기준점을 잡아줍니다.
→ 그것은 스스로를 매일 ‘초점 맞추기’ 위한 셀프 리마인더입니다.


6. 쉐마는 공동체적 듣기이기도 하다

쉐마는 철저히 **‘개인적인 기도’인 동시에 ‘공동체적인 행위’**입니다.
이스라엘은 매일 이 구절을 함께 낭송하며,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존중하는 공동체의 윤리를 재확인합니다.

누군가가 내 말을 들을 때, 나는 존재를 확인받습니다.
→ 그리고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나는 존재를 존중합니다.

쉐마는 단지 혼자만의 묵상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 있는 존재들을 함께 기억하는 언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듣는 존재일 때 가장 인간답고,
→ 가장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7. 쉐마, 나를 잃지 않기 위한 고요한 실천

쉐마는 소리 속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한 기도입니다.
그것은 ‘침묵하라’는 명령이 아니라
‘경청하라’는 초대입니다.

  • 경청은 나를 중심에 세우는 일이고,
  • 나를 중심에 세우는 일은
  • 세상의 소리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존재 선언입니다.

쉐마는 말합니다:

“모든 소음이 사라진 그 고요한 순간,
너는 진짜 너 자신을 만날 수 있다.”


✍️ 함께 생각해볼 질문

  • 오늘 하루, 나는 누구의 말을 가장 많이 듣고 반응했는가?
  • 내가 무시하고 지나친 내 감정의 소리는 무엇이었는가?
  • 내 진심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 내가 먼저 나를 들을 수 있는가?
  • 나는 오늘 쉐마적 삶을 어떤 방식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