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날마다 무언가를 선택하며 살아가지만, 그 선택 앞에 진짜 존재로 서 있는 사람은 드물다. 자유란 결국 책임의 다른 이름이며, 그 책임은 ‘나다움’이라는 존재의 길로 향한다.
1. 왜 선택이 두려운가?
선택의 시대라고들 합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수십 가지 카페 메뉴 중 하나를 고르고,
넷플릭스에서 수천 편의 콘텐츠 중 하나를 누르고,
직장에서, 인간관계에서, 진로에서 매 순간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선택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보다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듭니다.
- “이 선택이 맞을까?”
- “후회하지 않을까?”
- “이 길이 내 길이긴 한 걸까?”
그 불안 속에서 우리는 종종 ‘선택을 유예하거나’,
누군가 대신해주길 바라거나,
혹은 선택했더라도 책임지지 않으려 합니다.
이런 우리에게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말합니다:
“존재한다는 것은 선택하고 책임지는 일이다.”
2. 하이데거는 누구인가?
하이데거(1889–1976)는 20세기 실존주의 철학의 중심에 선 사상가입니다.
그는 우리가 인간을 ‘생물학적 존재’로만 보는 관점을 넘어서,
‘존재를 자각하는 존재’, 즉 **현존재(Dasein)**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인간은 단순히 사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의미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존재다.”
하이데거에게 삶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의식적이고 책임적인 존재 방식’**입니다.
3. 실존이란 무엇인가?
3-1. 존재 vs 실존
하이데거 철학에서의 핵심은
존재(Be)와 실존(Exist)의 구분입니다.
- 존재란 그냥 ‘있는 것’을 말합니다.
→ 돌멩이도, 의자도, 동물도 존재합니다. - 실존이란,
→ 자기 존재를 자각하고,
→ 의미를 묻고,
→ 선택하며 살아가는 의식적 삶을 뜻합니다.
→ 인간만이 실존할 수 있는 존재이며,
→ 실존이란 곧 책임 있는 선택의 연속입니다.
3-2. ‘현존재’란 어떤 존재인가?
하이데거는 인간을 **현존재(Dasein)**라고 부릅니다.
이는 독일어로 ‘거기 있음’을 의미합니다.
즉, 세계 안에 존재하며 스스로를 질문하는 존재라는 뜻이죠.
→ 나란 존재는 단순히 ‘있는 것’이 아니라,
→ **‘의식적으로 살아 있는 존재’**입니다.
→ 그래서 나는 나의 삶을 그냥 살 수 없습니다.
→ 나의 선택은 항상 나의 존재 전체를 반영합니다.
4. 하이데거가 말하는 진짜 ‘자유’
하이데거는 자유를 ‘선택의 가능성’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유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자유란, 나 자신의 가능성에 책임지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선택의 자유에는 필연적으로 존재의 책임이 따른다는 뜻입니다.
4-1. 우리는 선택을 회피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기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선택을 두려워합니다.
- 실패할까 봐
- 후회할까 봐
- 남에게 이상하게 보일까 봐
그래서 결국 ‘그냥 남들이 하는 대로’,
‘어차피 정해진 대로’,
**‘별 수 없이’**라는 말로 자신을 납득시킵니다.
하이데거는 이것을 **‘비진정한 삶’**이라 말합니다.
4-2. 진정한 자유는 나를 책임지는 일
- 진짜 자유는 불확실함과 마주할 용기
- 진짜 자유는 타인에게 책임을 미루지 않는 태도
- 진짜 자유는 실패하더라도 내 선택으로 살겠다는 선언
그는 말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가능성 중 어느 것도 회피해서는 안 된다.”
5. 불안은 존재가 깨어나는 신호다
5-1. 불안은 나를 깨우는 철학적 감정
하이데거는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불안(Angst)’**이라고 말합니다.
→ 불안은 단순히 초조하거나 걱정스러운 감정이 아닙니다.
→ 그것은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만드는 감정입니다.
예)
- 익숙한 일상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질 때
-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몰려올 때
- 지금 내 삶의 방향이 의심스러울 때
→ 우리는 혼란스럽지만 동시에
→ 나 자신에게 처음으로 진지하게 질문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왜 사는가?”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무엇이 진짜 나다운 선택인가?”
5-2. 불안은 도망이 아닌 ‘기회’다
하이데거는 말합니다:
“불안은 현존재가 비진정성에서 벗어나는 통로다.”
→ 즉, 불안은 내가 기존의 타성, 기대, 역할에서 벗어나
→ 내 삶을 다시 주체적으로 살아갈 기회를 제공하는 감정입니다.
6. 죽음, 실존의 가장 깊은 자각
하이데거는 인간의 실존을 가장 깊게 자각하게 만드는 사건으로
**‘죽음’**을 제시합니다.
“죽음이란, 가장 내밀한 나의 가능성이다.”
“나는 죽음을 대신할 수 없다.
죽음만큼은 반드시 나 혼자 경험해야 한다.”
이 말은 곧,
- 내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은
- 나에게 주어진 삶이 유한하고
- 그렇기에 지금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줍니다.
죽음을 의식하는 삶만이,
진정으로 나답게 존재할 수 있는 삶입니다.
7. 실존 철학으로 오늘을 사는 5가지 연습
✅ 1. “나는 지금 선택하고 있는가?” 묻기
습관처럼 움직이는 하루 속에서도
스스로에게 자주 물어보세요:
지금 이 선택은 내가 결정한 것인가?
아니면 그냥 타성이나 관성의 연장선인가?
→ 매 순간 자각하는 삶이 진정한 실존입니다.
✅ 2. ‘비진정성’을 알아차리기
- 타인의 기준을 따라 하고 있을 때
- 사회적 평판을 지나치게 신경 쓸 때
- ‘이게 맞는 것 같아서’라고 스스로를 설득할 때
→ 나는 지금 내가 아닌 누군가로 살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 이때, 잠시 멈추고 나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 3. 불안을 피하지 말고 바라보기
불안을 억누르기보다
“이 감정은 나에게 어떤 가능성을 열어주려 하는가?”
라는 질문으로 전환해보세요.
→ 불안은 도피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의 기회입니다.
✅ 4. 죽음을 기억하며 사는 연습
죽음을 자주 떠올리면
지금의 삶이 훨씬 명료해집니다.
- 하고 싶은 말을 더 빨리 하게 되고
- 중요하지 않은 것엔 집착하지 않게 되며
- 진짜 나다운 방향으로 더 용기 있게 움직이게 됩니다
✅ 5. 매일 ‘나답게 산 하루’ 정리하기
잠들기 전, 이렇게 써보세요:
- 오늘 내가 스스로 결정한 일은?
- 오늘의 선택에서 가장 나다웠던 순간은?
- 오늘 가장 불안했던 순간은?
- 그럼에도 내가 책임진 선택은 무엇이었는가?
→ 이 루틴은 실존적 삶의 기록이자, 나다움의 궤적이 됩니다.
✍️ 함께 생각해볼 질문
- 나는 지금 내 삶의 주인인가, 구경자인가?
- 내가 회피하고 있는 선택은 무엇인가?
- 불안을 느끼는 그 순간, 나는 어디로 도망치고 있는가?
- 오늘 내 선택 중 가장 나다웠던 순간은 언제인가